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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손으로 만드는 마을, 광주의 ‘광산구 주민참여예산제’

by ordinarypapa1 2025. 4. 18.

주민 회의

 

광산구, 참여예산의 전국 모범이 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광산구는 일찍이 2005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광산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하면서 주민의 예산 참여권을 보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해마다 제도의 구조를 개선하고, 참여 채널을 다양화하며, 주민들의 실질적인 의견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좋은 본보기로 인식되고 있다. 광산구는 주민참여예산제가 단순히 예산을 제안하는 수준을 넘어,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공동체 예산’으로 진화한 대표 사례다.


주민참여의 구조화: 예산학교와 주민회의

광산구가 성공적인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참여의 ‘교육’과 ‘조직화’다. 광산구는 매년 ‘예산학교’를 운영해 주민들이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예산 제안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 예산학교는 단순한 강의형 교육이 아니라, 주민들이 팀을 이루어 실제 사업 제안서를 작성하고, 모의 심의를 거쳐 보는 실습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광산구는 동 단위의 ‘주민총회’와 ‘주민회의’를 제도화해 예산사업을 직접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동별 주민자치회 또는 주민참여예산 지역위원회는 마을의 필요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동 주민총회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의 예산 결정이 가능해졌다.


소규모 생활밀착형 사업의 성공

광산구의 주민참여예산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의 다수 실현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 통학로 개선, 어르신을 위한 쉼터 조성, 골목길 방범 CCTV 설치, 주차 공간 확보 등은 그동안 주민들이 느껴온 문제지만 행정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안들이다. 하지만 광산구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이러한 문제를 지역 주민의 시선에서 직접 발굴하고, 예산으로 연결시켜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마을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유텃밭 조성’ 사업은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소규모지만 주민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업들이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한 행정의 뒷받침

주민참여예산제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진정성 있는 지원이 필수적이다. 광산구는 이를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충분한 행정적·재정적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 주민 제안 사업이 실제로 예산에 반영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도, 주민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는다. 사업이 확정된 후에도 주민 설명회를 열어 실행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사업 종료 후에는 평가 보고회를 통해 다음 해 참여예산제도 개선에 반영한다.

또한, 광산구는 ‘참여예산 모니터링단’을 운영하여 주민이 사업 집행 과정을 직접 살펴보고, 그 결과를 피드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참여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졌고, 주민들도 더 적극적으로 제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역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제도

광산구의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순한 예산 편성 방식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지역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행정과 협업하는 ‘지역 민주주의’의 실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행정의 수요자’가 아닌 ‘지역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제도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산구 사례는 다른 지자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참여예산제도의 성공은 법과 제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교육과 조직화, 행정의 진정성 있는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제도의 본질적 가치가 실현된다. 광산구는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