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정부는 생계급여 기준 금액을 인상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준 중위소득이 전년 대비 5.2% 인상되면서, 생계급여를 받는 수급 가구 역시 소폭의 수급액 상승을 체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인상이 과연 현재 한국 사회의 생활비 상승, 불평등 심화, 주거비 부담 증가 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생계급여는 단순한 통계 수치로 논의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것은 수급자 개개인의 삶의 현장에서 작동하는, 생존과 직결된 제도다. 당장 하루 한 끼 식사, 병원 진료, 난방비와 전기료, 대중교통 이용에 이르기까지,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최소한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실제 수급자들은 "급여가 너무 적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도시가스비를 못 내서 겨울을 전기장판으로 버텼다"고 말한다.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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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왜 ‘현실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생계급여의 현실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기준 중위소득 산정의 구조적 한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기준은 매년 ‘기준 중위소득’을 바탕으로 산정되는데, 이 중위소득은 소득 불균형이 심화된 사회에서는 정확한 빈곤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상위 소득계층의 급속한 자산 증가가 중위값을 끌어올리면서, 정작 저소득층은 기준에서 소외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실질적 가난한 사람은 제도에서 배제되고, 기준상 가난한 사람은 실제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둘째, 지역 간 생활비 격차 무시
현재 생계급여는 전국 동일 기준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수급자와 농촌·지방 소도시에 사는 수급자의 실질적인 생계비는 천차만별이다. 서울시 최저 임대주택 보증금과 시골 지역 단독주택 보증금은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생계급여 지급액은 똑같다. 이는 제도가 지역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 중앙집중형 설계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셋째, 수급자의 다층적 빈곤을 단일 기준으로 판단
현대 사회의 빈곤은 단순히 소득의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돌봄, 주거, 건강, 고립 등 다차원적 결핍이 빈곤의 본질이다. 하지만 생계급여는 이러한 복합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한 소득 기준만으로 지급된다. 결국 수급자의 현실은 제도적 기준에 의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지원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미와 과제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되어 온 부양의무자 기준이 2025년 들어 사실상 전면 폐지되었다. 이는 수년간 시민사회와 복지 전문가들이 요구해온 역사적인 전환이며, “형편이 어려워도 자녀가 고소득이면 지원을 못 받는다”는 비합리적인 구조가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진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라졌다고 해서 수급자의 삶이 즉각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수급자 확대에 따른 행정 부담, 정확한 소득 평가를 위한 복지행정 시스템 정비, 그리고 수급자의 개인 상황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 개편은 단지 통계상의 변화로만 남을 수 있다.
또한 복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수급자는 국가에 의존한다”, “근로 능력이 있는데 일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급자 다수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거나, 일할 수 없는 장애와 질병, 심리적 고립, 돌봄 부담 속에 놓여 있다. 복지는 도덕적 평가가 아닌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차상위계층, 복지 사각지대의 새로운 중심
생계급여 수급자보다 단 1원이라도 더 버는 사람들, 즉 차상위계층은 오늘날 가장 방치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제도상 ‘수급자’가 아니기에 다양한 지원에서 배제되지만, 실질 생활 수준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 특히 불안정한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고립된 청년과 1인 여성 가구 등은 늘 생계의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차상위계층에 대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은 단순한 현금보다 위기시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주거안정, 의료안전망 등 보다 넓은 복지 생태계의 연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4유형 차상위 지원제도’나 ‘조건부 급여+자립지원’ 패키지 모델 같은 제도적 실험이 도입될 수 있다.
현금급여 중심에서 복지 다층 구조로의 전환
현행 생계급여는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하지만, 삶의 질 향상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현금급여 중심의 복지에서, 종합적·통합적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
- 자활 프로그램 연계 강화: 생계급여 수급자의 자립을 위한 실질적 직업 훈련 및 취업 연계 강화.
- 복지+건강+주거 통합서비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례관리 중심 모델 확대.
- 디지털 복지행정 강화: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담과 알림 서비스 제공.
- 복지인프라 투자: 주민센터, 복지관,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확대 등 인프라 강화.
생계급여는 '시혜'가 아닌 '권리'여야 한다
생계급여를 둘러싼 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다. 생계급여를 ‘최소한을 베푸는 제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권리로 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복지는 경제적 부담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다.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받은 국민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고, 범죄율이 낮아지며, 지역사회가 활기를 되찾는 효과는 단기적 복지비용보다 훨씬 큰 사회적 이익을 창출한다. 생계급여 인상은 그 시작일 뿐, 복지정책 전반의 철학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맺으며: 생계급여 논의는 제도의 한계를 넘어 ‘삶’으로 이어져야
2025년 생계급여 인상은 제도적 진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수급자의 삶이 진정으로 나아지려면 단순한 ‘급여 인상’을 넘는 정책 철학과 실행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빈곤을 바라보는 태도,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 복지를 전달하는 사람들의 역량과 권한, 모든 것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이제 생계급여 논의는 숫자나 기준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복지가 ‘비용’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초생활수급자의 복지 혜택 변천사
우리나라의 기초생활수급자 복지 혜택 변천사는 6.25 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사회경제적 변화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이 변천사를 크게 몇 개의 시기로 나누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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