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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기본소득: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향한 도전

by ordinarypapa1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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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소득의 개념과 세계적 확산 배경

기본소득(Basic Income)은 현대 복지국가 이론에서 점점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동일한 금액의 현금성 소득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뜻한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보편성, 무조건성, 정기성, 개별성이다. 즉, 고용 여부, 소득 수준, 자산 상태, 노동의사와 무관하게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기본소득은 경제적 안전망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위스는 2016년 국민투표로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며, 핀란드는 2017~2018년 실험을 통해 실업자의 노동시장 재진입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기본소득은 미래형 복지정책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2.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 배경과 도입 동기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개념은 오랫동안 주류 복지 담론 바깥에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와 함께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청년 실업의 구조화, 1인 가구의 급증,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인해 기존 복지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계층이 증가하면서, ‘조건 없는 복지’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여기에 더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한시적이나마 모든 국민이 동일한 금액을 받는 기본소득 형태의 정책이 실현되었다. 이 경험은 국민들에게 기본소득 개념을 익숙하게 했고, 사회적 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3. 정치권의 수용과 기본소득당의 등장

기본소득은 정치적 쟁점으로서도 점차 그 무게감을 더해갔다. 특히 2020년 제21대 총선을 전후해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당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당’은 청년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를 중심으로 지지를 얻으며 국회에 진입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정치인은 ‘청년 기본소득’을 통해 기본소득 도입의 실질적 사례를 만들었고,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도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에서는 기본소득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며, 국민의힘, 정의당,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한 이상적 접근과 함께, 조세 저항과 재정 부담을 둘러싼 현실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4. 지방정부의 실험: 기본소득의 한국적 모델

전국 단위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된 적은 없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의 ‘청년 기본소득’이다.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 원씩, 연간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제도로, 참여율이 90%를 넘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해당 정책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서 청년의 경제적 자율성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중의 효과를 노렸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강원도 등지에서는 ‘농민 기본소득’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다. 이 정책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주목하여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고령화된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주려는 시도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전국적 차원의 통일된 정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지역적 특성과 정책 목적에 맞게 실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5. 찬반 논쟁: 인간의 권리인가, 비효율적 복지인가?

기본소득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찬성하는 측은 기본소득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 주장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빈곤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기본소득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고, 예술·창업·돌봄 등 시장에 포착되지 않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반대 측은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고, 기존 복지제도를 압박하며, 국민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선별적 복지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제한된 재원을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6. 재정 확보와 지속 가능성의 과제

기본소득이 실질적으로 도입되기 위해 가장 큰 장애물은 ‘재정’이다. 예컨대 전 국민에게 매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약 180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있다. 이는 대한민국 총예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순히 기존 예산을 조정해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일부 제안에서는 국토보유세, 로봇세, 디지털세, 탄소세 등 새로운 세원을 마련해 재원을 확보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조세 저항과 조세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도입되려면 중장기적인 조세 개편 계획과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7. 한국형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향후 과제

기본소득이 우리나라에 실제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단지 ‘현금 지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존의 선별적 복지제도와의 관계 설정, 복지 체계 전반의 재설계, 그리고 사회적 신뢰와 합의 형성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의 특수성—가족 중심의 복지 문화, 고령화 구조, 고용 기반 복지제도 등—을 고려한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이 필요하다. 복지의 미래는 단지 효율성과 비용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 사회적 연대, 경제적 정의와 같은 가치들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새로운 복지사회를 향한 중요한 질문과 시도를 던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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