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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돌봄과 존엄이 공존하는 사회를 향하여

by ordinarypapa1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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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치매환자

 

 

1. 치매, 고령사회의 그림자에서 모두의 과제로

치매는 단순히 나이 들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이는 뇌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질병이며, 치료가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화되기에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치매환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는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상과 경제를 뒤흔드는 질병이며, 의료·복지 시스템 전반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다.

이처럼 치매는 고령화의 부산물이자 사회 전체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이다. 단순한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거, 교통, 사회참여, 인권 등 다양한 복지 영역과 맞닿아 있다. 치매는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는 존엄하게 늙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사회는 아직 확고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 치매환자의 인간다운 삶과 돌봄의 기준

치매는 기억력 감퇴에서 시작해 점차 언어 능력, 판단력, 시공간 인지능력 등이 저하되며, 결국에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 단지 질병에 휘둘려 무기력하게 끝나야 할 이유는 없다. 치매 진단 이후에도 환자가 자존감을 지키며, 가능한 한 일상과 연결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의 연속성’과 ‘자기결정권 존중’이 중요하다. 치매 초기에는 인지강화훈련, 사회활동 참여 등이 큰 효과를 발휘하며, 중기 이후에는 요양보호, 안전한 주거환경, 정서적 지원이 핵심이 된다. 치매환자는 단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삶의 선택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복지서비스는 이들이 무력해지기 전에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3. 가족돌봄자의 고통: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돌봄은 대부분 가족에게 맡겨져 있다. 가족은 환자의 모든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대응해야 하며, 특히 배우자나 자녀, 며느리와 같은 여성이 주요 돌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돌봄과 생계 유지라는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며, 결국 신체적 탈진, 우울감, 직장 포기, 사회적 고립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치매가족의 병’이라는 표현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가족은 환자의 부양자로서 부담을 지지만, 정작 그들의 고통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는다. 정부는 가족돌봄자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상담, 돌봄휴가 보장 등 제도적 배려를 확대해야 한다.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곧 치매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4.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사회는 치매환자가 살아가는 생활터전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중심 돌봄체계’는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전국에 260개 이상의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서비스 접근성, 전문 인력 부족, 지자체별 격차 문제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체감도는 낮다.

치매안심센터는 단순한 상담소를 넘어, 예방부터 진단, 서비스 연계, 가족 지원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종합 거점이 되어야 한다. 또한 주간보호센터, 방문간호, 재가요양 등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케어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치매환자의 마지막까지를 품을 수 있어야 진정한 돌봄이 가능하다.

 

 

5. 국가의 책임, 제도에서 문화까지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안심센터 확대, 장기요양보험 확대, 공립요양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부족, 장기요양 등급 기준의 경직성, 민간 서비스의 질 차이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중증 치매환자를 위한 장기 입소 시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등급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도 많은 환자와 가족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제는 단기적 처방이 아닌,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정책은 환자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하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하며, 제도뿐 아니라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까지 포함해야 한다. 국가는 치매를 단지 ‘비용’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인간 존엄과 평등이라는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


6. 치매 친화 사회로의 도약: 모두의 책임

진정한 치매복지는 제도나 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치매환자가 일상에서 만나는 것은 가족, 이웃, 상점 직원, 버스 기사 등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치매에 대한 낙인을 없애고, 환자를 동정이 아닌 존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치매 친화적 공동체’를 조성하여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치매 이해 교육을 제공하고, 민간 영역에서도 치매환자에게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 파트너’ 운동이나 치매 인식 개선 교육 등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단편적이다. 시민교육과 공공 캠페인을 확대해 치매환자가 거리에서, 마트에서, 병원에서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7. 결론: 존엄한 돌봄 공동체를 향해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노년의 현실이자,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할 미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한 사람, 한 가정의 헌신만으로는 어렵다. 국가, 지역사회, 가족, 그리고 시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나누고 역할을 다할 때, 우리는 보다 존엄한 돌봄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치매환자와 그 가족을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존중할 때, 우리는 치매를 두려움이 아닌 준비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끝까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복지국가로의 전환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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