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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과 사회복지

by ordinarypapa1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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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그림자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또다시 경신했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단순히 미래 인력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 인구 감소가 공간적으로 불균형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방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18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이미 사회 기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학교는 폐교되고, 산부인과와 응급실은 찾기 어려우며, 일자리는커녕 청년을 위한 문화 공간조차 사라지고 있다. 지역이 기능을 상실하면 남는 것은 ‘고립된 고령자 집단’뿐이며, 이는 곧 복지의 과부하와 공동체 해체로 이어진다.

사회복지의 역할: 소멸 방지를 위한 필수 인프라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구 늘리기 정책, 예컨대 출산 장려금이나 귀농귀촌 장려금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그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사회복지’다. 사회복지는 지역 주민이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정착하며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이주를 막을 수 없다. 노인 돌봄 시스템이 미비한 지역에서는 고령자가 도시로 나가야 생존할 수 있다.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젊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복지는 지역의 ‘삶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요소이며, 사람을 남게 만드는 결정적 조건이 된다. 지역에 사는 이유가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복지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

지방 복지의 현실: 불균형과 고립

하지만 현재 지방의 사회복지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지방은 복지 서비스의 질과 양 모두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예컨대, 대도시에는 아동돌봄시설, 종합복지관, 청소년 상담센터 등이 밀집해 있지만, 지방 읍면지역은 사회복지사가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방문 간호나 노인 돌봄 서비스는 대기자가 넘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의료복지 인프라 또한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하다. 전라북도, 경상북도 등의 일부 군 지역에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경우가 있으며, 고령자의 응급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미비한 곳도 있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은 곧 ‘탈지방’을 가속화시키고, 지방소멸을 현실로 만든다.

지역 맞춤형 복지 모델의 도입 필요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복지 예산의 증액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복지 모델’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고령화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 고흥군은 노인돌봄 특화 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반면,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한 경북 의성군은 청년 주거 지원, 청년 창업 인큐베이터 센터, 문화 공간 확충 등 청년 정착 복지를 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복지’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24시간 노인 모니터링 시스템, 원격진료 시스템, 드론을 활용한 응급 약품 배송 등의 모델이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복지의 방식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역할: 지방복지 균형의 촉진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복지를 책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독자적인 대응이 어렵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지방창생본부’를 총리실 직속으로 두고, 인구 감소 지역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공공서비스 균형법’을 통해 지방에 공공기관을 이전하거나 복지 예산을 차등 배분하고 있다.

한국도 이와 유사하게 복지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가지원기금, 지방 전담 사회복지사 파견제도, 지역별 복지 종합 계획 수립 의무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히 지방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머무를 이유’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의 재설계

결국 지방소멸 문제는 ‘복지의 공간적 재배치’라는 거시적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사람은 복지를 따라 움직인다. 양질의 의료, 교육, 돌봄, 주거 복지가 지역 곳곳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을 때만이 지방은 다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노후를 지역사회 안에서 보내며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시스템, 청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의적 공간, 이러한 조건이 함께 만들어질 때 지방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살고 싶은 삶터’로 거듭날 수 있다.

지방소멸을 막는 길은 곧 ‘복지로 지역을 되살리는 길’이다. 이는 단기적인 예산이 아니라, 세대와 공간을 이어주는 지속가능한 국가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방향 전환의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