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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지취약계층: 다차원적 위기에 직면한 새로운 복지대상

by ordinarypapa1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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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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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복지취약계층의 개념과 시대적 등장 배경

현대 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정보화 사회의 도래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사회적 취약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비정규직의 확산, 디지털 격차,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등은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였지만, 오늘날에는 일상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신복지취약계층(New Socially Vulnerable Groups)'이다. 이들은 기존의 복지체계에서 정의되던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 같은 고전적 취약계층과는 구분되는, 사회 변화에 의해 새롭게 나타난 복합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존의 복지 정책에서는 제대로 포착되지 않거나, 제도적 지원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개념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와 한계를 드러내는 경고등이라 할 수 있다.

2. 신복지취약계층의 다양한 유형

신복지취약계층은 단일한 정체성을 갖지 않는다. 이들은 다양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여러 문제를 동시에 경험하는 ‘복합적 위기 상태’에 있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고령 1인 가구의 위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50년에는 그 비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인 가구로 살아가는 고령층은 돌봄과 건강, 정서적 고립 등 여러 면에서 취약하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한 이들은 건강 악화 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없고, 심리적 불안으로 자살이나 우울증에 노출되기 쉽다.

청년층의 구조적 불안정

‘청년’은 더 이상 사회적 보호의 여유가 있는 계층이 아니다.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의 고용 형태는 고용의 안정성을 낮추고, 주거·결혼·출산 등 생애주기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청년 1인 가구가 월 소득의 40~60%를 주거비에 지출하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 있으며, 그로 인해 고립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 일명 히키코모리 현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신건강 취약계층의 증가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4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실제로 정신질환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치료를 받는 데는 여전히 사회적 낙인이 존재한다.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중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질병 자체보다도 ‘비정상’이라는 시선 때문에 제도적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복지의 공공성과 포용성이라는 관점에서 큰 도전이다.

디지털 소외 계층

디지털 기술이 생활의 기본 기반이 된 지금,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은 실질적인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고령층, 저학력층, 장애인, 농어촌 지역 주민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만 신청 가능한 복지서비스나 모바일 앱을 통한 건강 모니터링 같은 시스템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된다.

3. 정책 사각지대의 구조적 원인

이처럼 다양한 신복지취약계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포괄하는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는 크게 세 가지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첫째, 경제 중심의 선별기준이다. 많은 복지 정책이 소득이나 재산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지만, 신복지취약계층은 이러한 지표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컨대 중위소득 이상이더라도 고립이나 정신건강 문제로 실질적 취약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둘째, 부처 간 칸막이식 행정이다. 복지, 교육, 보건, 고용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다 보니, 한 개인이 경험하는 복합적인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통합사례관리와 같은 접근이 있지만, 실효성은 아직 제한적이다.

셋째, 지역사회 기반의 복지 약화이다. 지역 단위에서 발굴·지원·연계가 가능한 인적·물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으며, 주민참여와 협력 기반도 미약하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나 통합돌봄센터가 있더라도,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4. 정책적 전환: 유연하고 통합적인 복지 모델로

신복지취약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체계 전반의 혁신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 방향은 다음과 같다.

다차원적 선별기준의 도입

소득·재산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건강 상태, 주거 안정성, 디지털 접근성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평가 도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

통합 서비스 제공 시스템 구축

‘원스톱’ 서비스 제공 모델이 중요하다. 한 지자체 내에서 복지, 보건, 고용, 주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하여, 대상자가 한 번의 접촉으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례관리사의 권한과 전문성도 강화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중심 복지의 실질화

지역 내 자원봉사자, 이웃, 마을활동가, 종교단체 등 다양한 민간 주체들과 협력하여 복지의 ‘현장성’을 회복해야 한다. 전남 고흥군, 부산 사하구 등 일부 지자체는 지역 내 ‘안부살핌단’, ‘이웃돌봄단’ 등을 조직하여 복지공동체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신복지취약계층에게 가장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수 있다.

5. 결론: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디딤돌

신복지취약계층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새로운 분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의 포용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왜 이들이 제도의 울타리 밖에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 해답을 정책과 실천에서 찾아야 한다. 복지는 약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동시에,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공동체적 도구이다.

신복지취약계층을 향한 정책적 전환은 단기적인 예산 확대나 서비스 보완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고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복지의 새로운 지평은 이제, 가장 보이지 않는 사람을 향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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