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치매 초기 증상은 단순한 건망증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요즘 자꾸 깜빡깜빡하세요. 밥 먹고 나서 또 밥 달라고 하시고, 내가 손녀라고 말해도 자꾸 잊으세요.”
이런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나이가 들면 당연히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치매는 단순한 건망증과 다릅니다.
건망증은 어떤 정보를 잠시 잊었다가 힌트를 주면 금세 기억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제 누구 만났지?” 하고 기억이 안 나다가 “그 카페에서 만난 친구”라고 말하면 금방 떠오릅니다.
반면 치매는 아예 기억 자체가 뇌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설명해도 기억을 되살릴 수 없습니다.
2. 노인성 치매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노인성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이 병은 뇌 안에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세포가 점점 죽어가는 병입니다. 초기에는 기억력이 나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말하는 능력, 판단력, 성격까지 변하게 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혈관성 치매가 있습니다. 이는 뇌졸중이나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치매입니다.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편마비 같은 신체적 증상도 함께 나타납니다.
이 외에도 파킨슨병에 동반된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3. 노인성 치매의 주요 증상은 무엇일까요?
노인성 치매는 단계적으로 증상이 심해집니다.
- 초기: 사람 이름을 잊거나, 약속을 잊는 일이 잦아집니다. 말이 어눌해지고, 예전에 잘 하던 일도 실수가 많아집니다.
- 중기: 시간과 장소 개념이 흐려지고, 가족 얼굴도 낯설게 느끼며,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의심이 많아집니다.
- 말기: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걷는 것, 말하는 것도 힘들어지며, 식사나 배변도 스스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요리를 좋아하던 할머니가 어느 날 부엌에서 밥을 하려다 냄비를 전혀 엉뚱한 곳에 두거나, 불을 켜 놓고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치매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4. 노인성 치매는 어떻게 진단하나요?
치매가 의심되면 먼저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기억력과 언어, 집중력, 판단력 등을 검사하는 **신경심리검사(MMSE, SNSB 등)**를 실시합니다.
또한 뇌 MRI나 CT 촬영을 통해 뇌의 구조 변화를 확인하고, 피검사로 갑상선 기능, 비타민 결핍, 간·신장 기능 등 다른 원인 질환도 확인합니다.
조기에 정확히 진단을 받으면 약물과 비약물 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5.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현재 치매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을 더 오래 유지하게 돕는 약물치료는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약으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이 있습니다. 이 약들은 뇌의 신경 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비약물적 치료도 중요합니다. 음악 치료, 회상 치료(예전 사진 보며 이야기하기), 공예 활동, 정원 가꾸기 등은 뇌를 자극해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주간보호센터, 지역복지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노인성 치매 예방이 가능할까요?
치매의 주요 위험인자는 나이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꾸준한 걷기, 수영, 스트레칭 등 유산소 운동
- 싱겁게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사 습관
- 금연, 금주
-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철저히 관리
- 사람들과의 대화, 독서, 글쓰기 같은 두뇌 활동
실제로 뇌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루 30분 산책, 가족과의 식사 대화, 책 한 권 읽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7. 가족의 역할과 사회의 책임
치매 환자는 혼자서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가족의 사랑과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족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다 보면 번아웃(탈진) 상태가 오기 쉽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지원하는 치매안심센터나 재가돌봄서비스, 요양보호사 지원, 장기요양보험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질병입니다.
또한 치매 환자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기보다는, 함께 이해하고 돕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웃이 도와주고, 마트나 은행 같은 일상 공간에서도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8. 마무리하며
노인성 치매는 누구나 나이가 들면 마주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알고, 일찍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더 늦게, 더 가볍게,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입니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병이지만, 사랑을 기억하는 마음은 가장 늦게까지 남습니다.
치매는 두려운 병이지만, 함께한다면 두려움은 나눌 수 있습니다.